티스토리 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VS 사랑은 계절처럼 변해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대수롭지 않게 그러려니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익숙해졌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러려니 당연하게 생각해서인가.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사랑이 어렵고 익숙하지 않다. 사랑은 계절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찾아오더라도 정말 '이 사람이다.'라는 감정을 쉽사리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다.한 없이 기분이 상승했다가 내려갔다가, 이러한 사랑이란 감정에 더 묘한 신비함을 느끼는 이유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봄은 겨울동안 움츠렸던 모든 생물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소생, 사랑의 상징이다. 역시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상우의 따뜻한 봄 날은 은수와 함께 찾아왔고 언제 질지 모르는 만개한 벚꽃처럼 애틋하게 피워나간다. 

 

 

사랑을 믿는 순수한 총각 VS 세상을 너무 많이 알고있는 이혼녀

 

 

순수한 총각에게 사랑이란? 물어보면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요." 라는 답이 나올 것 같이 상우는 순수하고 티없고 때묻지 않은 남자다.반면 이혼녀에게 사랑이란? 물어보면 "진정한 사랑이라는게 있을까?" 핀잔이라도 들을 것 같다.이러한 인물 설정은 일반적인 사랑에 관한 2가지 의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1. 사랑은 소박한 이상이다.

2. 사랑은 냉철한 현실이다. 

 

 

총각은 가진 것이 쥐뿔 없어도 둘 만의 사랑으로 소박한 이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반면 한 번의 실패를 맛본 이혼녀는 이상은 개 코딱지만큼도 없다고 생각한다. 극의 전반부 까지는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대나무 숲, 강물, 바다, 깊숙한 산사를 돌아다니며 물질적인 충족 없이 펼쳐지는 순수한 총각의 '사랑은 이상이다.'를 보여줬다면, 극의 후반부로 갈 수록 영화는 세상의 쓴맛을 이미 맛 본 이혼녀가 느끼는 사랑의 현실에 대한 감정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빨리와서 라면이나 끓여 VS 은수 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우리는 라면을 언제 먹을까. 돈이 없을 때나 궁할 때 한끼 대용으로 흔히 라면으로 때웠어, 라는 말을 하곤 한다. 둘의 콩깍지가 아직 벗겨지지 않을 때 그들은 라면 한 봉에 소주만 마셔도 행복했지만 이러한 것들이 점점 현실로 굳어버리고, 사랑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는 과연 이러한 현실에 익숙해 질 수 있을까.심지어 옆에서 스테이크를 사줄 수 있는 남자가 추파를 보낸다면 어느 여자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우에게 사랑은 라면에 김치만 먹어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은수에게 사랑이란 잠깐 한 끼 대용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인스턴트 사랑일수도 있겠다.그래서 상우가 라면을 먹는 도중 '결혼하자'라는 말에 은수가 부담을 느끼고 뒤로 줄행랑 치는 것은 어찌보면 이해가 될 만하다.사실 이 영화를 세 번 보기 전까지는 은수 나쁜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시작의 악수 VS 이별의 악수

 

 

은수는 항상 그랬다.먼저 유혹한 것도 은수였고, 헤어짐을 정한 것도, 만남을 다시 정한 것도, 그러다 다시 헤어지고 다시 돌아온 것도 모두 다 은수가 항상 먼저였다.

 

 

둘의 인연은 악수로 시작해서, 악수로 끝난다.특이한 것은 처음 만났을 때의 악수도, 이별의 악수도 은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 아마 사랑에 대해 주도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은수의 특징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일반적으로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부담없이 청할 수 있는 악수는 은수는 아무렇지 않게 시작과 이별로 마무리 짓는다. 은수에게 사랑의 시작과 끝은 악수처럼 쉬웠을까. 아니면 우리가 계절이 바뀌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듯이, 사랑 또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은수라는 캐릭터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아직까지 나는 쿨한 척 하는 짝퉁 은수이기 때문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